인류는 이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를 탐험하고 장기간 거주하는 시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수개월, 때로는 1년 가까이 머무르는 우주비행사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의 기복도 생기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도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눈물이 똑같이 흘러내릴까?’라는 질문에는 흥미로운 과학적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의 눈물
우주 공간에서는 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는 국제우주정거장 같은 공간은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에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지구에서처럼 중력이 아래로 물체를 끌어당기지 않기 때문에, 물의 움직임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눈물이란 눈물샘에서 생성되어 눈 표면을 적시는 액체입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에 의해 눈물은 아래로 흐르며 볼을 타고 떨어집니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이 눈물이 중력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므로, 단순히 눈 주위에 머무르거나 구 형태로 뭉치게 됩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은 눈물이 둥근 방울 형태로 눈 주위에 맺히며, 점점 커지다가 시야를 가리거나 눈을 자극하는 현상을 겪는다고 보고했습니다. 미국 우주비행사 앤드류 포이스터(Andrew Feustel)는 우주에서 눈물이 제대로 흘러내리지 않고, 오히려 눈 주변에 맺혀 불쾌한 느낌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장력의 지배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둥글게 뭉치는 이유는 바로 표면장력(surface tension) 때문입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이 표면장력을 압도하지만, 우주에서는 표면장력이 유체를 통제하는 주요한 힘이 됩니다.
눈물은 수분, 단백질, 염분으로 이루어진 액체입니다. 이 액체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표면장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겨지며 둥근 방울 형태로 응집합니다. 이 방울은 눈에서 떨어지지 않고 피부에 달라붙은 채 머무르며, 때로는 커다란 방울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눈물 방울이 눈에서 완전히 떨어지려면 우주비행사가 고개를 세게 흔들거나, 손으로 닦아내야만 합니다.
감정 표현과 스트레스 관리
우주에서는 단순히 눈물의 물리적 거동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감정과 생리적 반응도 중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고립, 지구와의 단절, 폐쇄된 환경은 우주비행사에게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눈물이나 감정 폭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이러한 감정 표현이 생리학적으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력의 부재로 인해 안압이 증가하고 얼굴에 체액이 몰리는 현상, 즉 두개 내 유체 이동(cephalad fluid shift)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눈물샘과 코 주변 조직의 압력도 달라지며, 눈물의 생성과 배출 메커니즘 자체가 변할 수 있습니다.
NASA는 이러한 생리적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우주인의 감정 및 심리 상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영상 통화나 지구 가족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정서적 안정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눈물
눈물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닌,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로 작동할 때도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눈물이 이물질을 씻어내며 배출되지만, 우주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기 때문에, 이물질이 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오히려 자극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는 개인 위생, 공기 순환 시스템의 청결 등이 매우 중요하며, 먼지나 입자성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가 우주선 내부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눈물도 지구를 떠나면 다르다
“우주에서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질문은, 인간이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날 때 얼마나 많은 요소가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단순한 액체 방울 하나의 거동조차, 중력이 사라지면 낯설고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변하게 됩니다.
우주는 물리적으로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인간에게 낯선 환경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환경에서도 인간다움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눈물조차 과학의 범위 안에서 이해하려 합니다. 어쩌면 그 눈물 한 방울은,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